그래서 '개자식'은 누구일까? ┃개자식 레터┃
그래서 '개자식'은 누구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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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친애하는 님!
오늘은 또 다른 홍보 담당자, ‘큰 묵묵이(줄여서 큰묵이)’가 인사드립니다! 지난 레터에서 받은 독자 의견을 반영해 친근한 별명을 하나 붙여봤어요. 화제의(?) 개자식 레터에 NEW 발신자의 등장이라-★ 이거 재밌겠죠?
1회차 레터에서는 《친애하는 개자식에게》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홍보 담당자 A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었죠? 이번 레터의 안건은 바로, ‘그래서 개자식이 누군데?’입니다.
첫 레터를 읽어 보셨다면 아실 거예요. “개자식? 당연히 오스카 아니야?”라고 말이죠. 오늘은 각 인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오스카는 ‘개자식’일까요? (그럴 확률이 높지만, 일단 들어보기로 해요...)
지금부터 그들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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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 부분은 본문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개자식 후보 1.
📚 오스카 (남, 40대) ┃ 노동 계급 출신의 스타 작가
조에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강요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남자아이처럼 조용히 굴었어요. 여자에게 거절당한 경험이 자주 있었기에 그랬죠. 저를 원하지 않던 여자와 사랑에 빠졌던 걸까요? 분명히 그랬을 겁니다. 굴욕을 느끼고 마음이 상한 나머지 제가 그를 귀찮게 했을까요? 그건 분명 아닙니다.
미투 논쟁은 매춘부들의 복수였죠. 그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시대라니. 염병할 일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아마 모두 동의하겠지만, 사소한 블로그를 홍보하기 위해 미투 유행을 이용하고 싶던 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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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묵이: 스스로를 ‘왜소한 남자’라고 소개하는 오스카는 콤플렉스에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의 빌어먹을 자격지심은 바로 이런 식으로 표출되죠. 조에의 폭로에 맞서 결백을 주장하지만, 온갖 변명을 늘어놓을 뿐입니다. 그 발언들을 보고 있자면, 미투 고발에 대한 그의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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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최악의 사실은 아직도 조에가 저를 좋아하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거 알아요.
조에에게 반했을 때, 그 감정은 형편없는 스타 작가의 허세가 아니었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다 느꼈고, 그쪽 역시 그 마음을 알아차렸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게 당시 그녀의 업무였죠. 하지만 저는 단단히 착각하고 그녀에게 빠졌습니다. 그녀의 잘못 때문에 제가 나락으로 추락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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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묵이: 레베카에게 하는 말 좀 보세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마치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그녀가 자꾸 다가와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거야.’라고 들릴 정도예요. 결국엔 또 피해자 탓.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렇게 정성껏 하는 것도 능력인 듯합니다.
오스카는 자신이 노동 계급 출신이라 몸에 조심성이 배어 있었고, 여자 문제만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신중했다고 주장합니다. 어쩐지 위선적으로 들리네요. 여기까지 훑어보니 오스카가 ‘개자식’ 맞는 거 같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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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스카와 메일을 주고받던
레베카를 한 번 살펴봐야겠어요.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키보드를 두드렸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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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식 후보 2.
🎞️ 레베카 (여, 50대) ┃ 왕년의 톱배우
당신의 애끓는 하소연에 실소가 나왔습니다. 계약이 파기되는 게 진짜 무슨 뜻인지 알고 싶어요? 내 또래 여자 배우들과 이야기해보세요. 우리에게는 대부분 삼십대부터 이런 고통이 시작됩니다. 반면 업계 풍토에 대해 연대감을 갖는 남자 배우는 지금껏 못 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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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묵이: 찌질함으로 범벅된 ‘남성’ 스타 작가의 하소연은 역시나 레베카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전성기를 훌쩍 지난 50대 ‘여성’ 배우에게 영화업계에서 살아남는 일이 얼마나 험난한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데요. 여성으로서 어느 한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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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되고 나니 모든 영화에 숨 쉬는 것만큼 당연하게 추가되어 있던 누드 신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감쪽같이 사라지더군요.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수 자체도 줄었어요. 이제 초조한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읽고 싶어 기다리는 거죠.
어떤 측면에서는 영화계도 나와 함께 발전하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조에 카타나의 글을 읽었을 때, 내 일부는 그녀의 신랄한 어조를 흉하다고 여긴 반면 또 다른 일부는 그녀가 옳다는 걸 알겠더군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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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묵이: 세계 어디에서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회는 언제나 여성에게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어 왔고, 같은 결과를 위해 두 배 이상의 노력을 강요해 왔습니다. 레베카 역시 배우로서 그런 현실을 온몸으로 견뎌야 했습니다. 그녀는 같은 현실을 마주할 젊은 여성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너는 만화 주인공이 아니야. 너의 매력은 풀기 어려운 대수학이 아니야. 걱정하지 마, 시간을 낭비하지 마. 현명하게 사용해.”
레베카는 오스카에게 더는 동정조차 할 수 없겠다며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그의 구차한 변명을 더는 듣기가 힘들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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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묵이: 그러나 그녀는 결국 ‘여’배우입니다. 세상 곳곳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지만, 정작 그녀에게 더 시급한 문제는 ‘몸무게’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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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중대사가 그렇게 진행된다는 걸 알지만, 병원과 학교와 문화가 파괴되는 행태에 분노를 누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내 기분이 엉망이 된 이유, 속이 뒤집어지고 바닥을 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석 달 전에 입은 바지를 오늘 아침 다시 찾았는데 들어가지 않았어요.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여느 남자처럼요. 로버트 드니로가 체중계에 올라가서 눈물을 흘리겠어요? 절대 아닙니다. 토니 소프라노가 자기 세대의 가장 섹시한 남자가 되기 전 너무 뚱뚱하지 않은가 고민했을까요? 결코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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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묵이: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세상의 모순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녀가 마주한 현실은 뚜렷합니다. 배우로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너무도 많으니까요. 레베카는 미디어가 요구하는 비현실적이고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끊임없이 재생산해야 하는 역할을 강요받습니다. 그녀는 나이 듦과 외모 강박에서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레베카도 누군가에게는 ‘개자식’일 수 있을까요? 그녀가 몸담은 산업이 만들어낸 룰을 따라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모순을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그녀 또한 조에와 같은 젊은 여성 배우들에게 또 다른 벽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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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레베카가 잠시나마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
인물, 조에는 어떤 사람일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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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식 후보 3.
💻 조에 (여, 20대) ┃ 페미니스트 블로거
나는 침묵을 깨고 나온 여자들의 곁에 서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찾아내고 위협하고 모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할 겁니다. 우리는 납처럼 무거운 뚜껑을 들어 올립니다. 수치심을 느끼는 주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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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묵이: 오스카를 성추행범으로 고발한 조에는 블로그에 그의 실체를 폭로하기 시작합니다. 그 글들을 읽다 보면, 모든 문장마다 밑줄을 박박 긋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수많은 위협과 협박, 비난을 견뎌내고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 조에. 그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기에, 조에의 용기를 더없이 지지하고 싶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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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는 언제나 희생자인 척합니다. 연대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퍼뜨립니다. 그 사이에 ‘인정’은 있을 수 없다고요. 그들에게 여성은 이상한 성이자, 적에 해당하는 성별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우리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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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묵이: 조에가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스카가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조에에게 저지른 행동들은 명백한 성추행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오스카, 이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조에. 오스카에게 그녀는 분명 엄청난 ‘개자식’일 겁니다.
우리는 정말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사실 그냥 같이 안 살고 싶지만… (아앗, 마음의 소리..!) 그들과 완전히 평행선을 그리며 살아갈 수도 없겠죠. 세상은 점점 더 양극화되고, 나와 다른 것은 그저 나쁜 것으로 치부되기만 합니다. 우리는 어쩌다 연대조차 불가능해진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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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곳곳에 스며든 차별과 혐오.
우리는 이 모든 문제가 얽힌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수많은 대립과 질문 끝에,
세 사람이 찾아낸 결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여전히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며
바꿔나가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바로 그런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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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를 끝까지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조에의 대사를 원문 그대로 남기며,
이번 레터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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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관대합니다. 남자들에 대해, 우리는 낙태를 시키지 않을 것이며,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지도 않을 것이며, 장작더미 위에서 화형시키지도 않으며, 거리에서 죽이지 않을 것이며, 조깅할 때 죽이지 않을 것이며, 숲속에서 죽이거나 집으로 데려와 죽이지도 않을 것이며, 그들의 태생적 성별을 들어 수치를 주지 않을 것이며, 허기지게 만들지 않을 것이며, 강간하지 않을 것이며, 테이블 아래로 더듬지 않을 것이며, 섹스하고 싶어한다 해서 비난하지 않을 것이며, 공공장소에 나가지 못하게 금하지도 않을 것이며, 권력의 서클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며, 신체 일부를 난도질하지 않을 것이며, 원하는 대로 옷 입는 걸 금지하지 않을 것이며,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열정을 품고 집을 떠날 때 죄책감을 심어주지 않을 것이며, 좋은 배우자 역할을 못 한다고 미친 사람 취급하지 않을 것이며, 성생활을 빼앗지 않을 것이며, 우리 소유인 양 모든 행적과 선언을 감시하지 않을 것이며, 머리모양 좀 신경 쓰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순종하지 않을 때 치욕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평등을 언급할 때 우리는 이런 평등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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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의 매력이 조금이나마 가닿았기를 바랍니다.
다음 레터에서도 멋진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곧 다시 만나요! 😎
━ 비채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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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구매 링크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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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자식 레터〉 두 번째, 어떠셨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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